여는 글 — 이 책을 읽는 법
당신이 이 페이지를 열었다는 것은, 인공지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뜻이다. 잘 왔다. 이 책은 그 목적 하나를 위해 쓰였다. 다른 자료를 함께 펴 놓을 필요가 없도록, 처음 만나는 개념은 반드시 이 책 안에서 먼저 설명하고 나서 쓴다. 뉴스에서 주워들은 단어들 — 딥러닝, GPT, 확산 모델, 에이전트 — 이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전부 "아는 것"이 되어 있을 것이다.
먼저 세 가지 약속을 하겠다.
첫째, 어떤 개념도 하늘에서 떨어뜨리지 않는다. 모든 장은 질문에서 시작한다. "기계가 배운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?" "왜 굳이 층을 깊게 쌓는가?" "GPT는 정말 다음 단어만 맞추는 기계인가?" 좋은 질문을 품은 채로 답을 만나면, 그 답은 암기가 아니라 이해가 된다. 반대로 질문 없이 받아든 답은 아무리 정확해도 일주일이면 증발한다.
둘째, 수식은 필요한 그 자리에서, 말로 풀어서 쓴다. 수식을 뒤로 몰아넣지 않는다. 수식이 등장한다면 그것 없이는 설명이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순간이라는 뜻이고, 등장하는 모든 기호는 등장하는 자리에서 한국어로 읽어 준다. 수학이 두려운 독자에게 미리 말해 두자면 — 이 책 전체에 필요한 수학은 "기울기가 무엇인지", "평균과 확률이 무엇인지" 수준에서 출발해 책 안에서 전부 길러진다. 3장이 그 역할을 한다.
셋째, 손을 움직이게 한다. 읽어서 아는 것과 만들 수 있는 것 사이에는 강이 하나 흐른다. 이 책의 각 장은 실전 코드랩의 해당 실습과 연결되어 있다. 역전파를 배우면 역전파를 직접 짜고, Transformer를 배우면 Transformer를 직접 짠다. 그리고 각 부가 끝날 때마다 복습 퀴즈가 기다린다 — 답을 보기 전에 스스로 답해 보는 것, 그것이 기억을 만드는 유일하게 검증된 방법이다.
이 책의 지도
아홉 개의 부, 스물여덟 개의 장이다. 순서에는 이유가 있다 — 모든 장은 앞 장들만 알면 읽을 수 있게 배열했다.
1부. 기계가 배운다는 것 — 인공지능이라는 문제가 무엇인지, "학습"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를 못박는다. 가장 단순한 학습 기계(직선 하나)를 완전히 해부하면서 모델·손실·최적화라는, 이후 모든 것의 뼈대가 되는 세 기둥을 세운다. 필요한 수학도 여기서 기른다.
2부. 고전 머신러닝 — 신경망 이전에 인류가 쌓아 온 학습의 도구들. 분류, 결정 트리, 앙상블, 비지도 학습. 유행이 지난 골동품이 아니다 — 테이블 데이터 실무에서는 지금도 이들이 주력이고, 무엇보다 "평가를 제대로 하는 법"이라는 평생 쓸 기술을 여기서 배운다.
3부. 신경망 — 드디어 딥러닝. 뉴런의 산수에서 시작해 역전파라는 엔진을 완전히 이해하고, 깊게 쌓을 때 생기는 문제들과 그 해법을 배운다. 학습이 안 될 때 고치는 법까지가 3부다.
4부. 지각 — 기계가 보고 듣게 만든다. 합성곱 신경망이 이미지를 이해하는 원리, 탐지와 분할, 그리고 소리가 신경망의 입력이 되는 과정.
5부. 언어 — 말을 숫자로 바꾸는 문제에서 시작해, 어텐션이라는 아이디어를 거쳐, 현대 AI 전체의 심장인 Transformer를 완전히 해부한다.
6부. 생성 — 구분하는 기계에서 만들어내는 기계로. VAE, GAN, 그리고 요즘 이미지 생성의 주력인 확산 모델.
7부. 거대 언어 모델 — "다음 단어 맞추기"라는 단순한 목표가 어떻게 지능처럼 보이는 능력을 낳는지, 그 야생마를 어떻게 길들이는지(RLHF), 그리고 실무에서 LLM을 다루는 기술 — 프롬프트, RAG, 파인튜닝, 에이전트.
8부. 행동 — 정답 없이 보상만으로 배우는 강화학습. 게임을 정복한 그 기술이 LLM 정렬의 핵심 부품이기도 하다.
9부. 현장 — 만든 모델을 세상에 내보내는 일, 그리고 이 책 이후에도 계속 성장하는 공부법.
어떻게 읽을 것인가
처음 배우는 독자는 1장부터 순서대로 읽어라. 하루 한 장이면 한 달, 주말마다 한 부씩이면 두 달이다. 각 장 끝의 "스스로 점검"에 막힘없이 답할 수 있을 때 다음 장으로 넘어가라. 답이 막히면 그 절만 다시 읽으면 된다 — 처음부터 다시 읽을 필요는 없다.
경험이 있는 독자는 지도에서 빈 곳을 골라 읽어라. 각 장은 앞 장의 내용을 전제하지만, 전제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장 머리에 적어 두었으니 필요한 만큼만 되돌아가면 된다.
손이 근질거리는 독자는 각 장이 가리키는 코드랩으로 바로 뛰어들어도 좋다. 코드가 막히는 지점이 곧 읽어야 할 장이다.
한 가지만 당부하자. 이해가 안 되는 문장을 만나면, 그것은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십중팔구 내 설명이 부족해서다. 다만 포기하는 대신 이렇게 해 보라 — 종이에 그 문장이 말하는 상황을 아주 작은 예(숫자 두세 개)로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. 이 책의 거의 모든 개념은 숫자 세 개짜리 예제로 재현된다. 그 습관 하나가 이 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.
그럼 시작하자. 첫 질문은 이것이다 — 기계가 "배운다"는 것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?